고기범 작가는 1980년대, 정치적 혼란과 부조리, 사회적 혼돈과 비속이 판치던 시기에 미술판에 등장했다.
그의 작업은 동시대 화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문명사회의 뒷전에 버려진 삶의 폐기물이나 산업사회의 편린들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하이퍼리얼리즘 계열의 작업에서부터
이 틈바구니에서 각박하게 살아가는 민초들의 처절한 뒤태, 또는 한국 전통의 춤사위를 역동적인 형태와 강렬한 원색으로 재현한 그림들이었다.
당시 이러한 그림은 산업사회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의 언어이자 정의롭지 않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발,
그리고 한국적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현이자 그 해답을 모색하고자 하는 실천적 행위로 간주되고 있었다.
고기범 타계 1주기를 맞아 그의 40년 작업 여정을 되돌아본다.